日 “이라크戰 이지스함 파견”…자위대 해외활동 기정사실화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51분


일본이 해상 자위대 소속의 최신예 구축함인 이지스함(사진)을 인도양에 파견하기로 한 것은 명분상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 군국주의 의 상징이었던 일본 국기 ‘히노마루’를 달고 첨단 군사 장비를 갖춘 이지스함이 인도양에 진출하는 것은 일제 침략 피해를 본 아시아 주변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평화헌법’의 개정 요구 등과 맞물려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자극할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 주도의 공습이 시작된 뒤 주로 미군과 영국군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송함 2척을,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함 3척을 각각 인도양에 파견했다. 이들 군함들은 전투 행위에는 가담하지 않고 연료를 비롯한 군수물자 보급 업무를 맡고 있다.

방위청은 이지스함을 파견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현재 임무 수행 중인 구축함 한 척이 건조된 지 28년이나 돼 설비가 엉망”이라며 “갑판 최고온도가 80도, 함정내 실내온도는 30도에 이르는 등 활동에 고충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집권 자민당의 파트너인 공명당조차 그동안 줄기차게 이지스함 출동을 반대해 온 이유와는 차원이 크게 다른 것으로 군색하기 짝이 없다.

자위대 소속 최신예 함정이 임무 수행중 공격을 당하면 장착된 미사일을 발사해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해지고 일거에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되어 온 ‘평화헌법’의 틀이 깨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공명당은 이지스함 출동을 반대해 왔다.

물론 이런 가능성은 지난해 구축함 파견 때부터 거론된 것이지만 고성능 이지스함이기에 문제가 더 크다. 또 이지스함은 강력한 첩보수집 기능을 갖춘 레이더망을 통해 수백㎞ 일대를 샅샅이 감시하며 첩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해상 자위대의 ‘작전 무대’는 그만큼 확대된다. 이지스함 파견 시기를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시로 상정해오던 일본 정부가 최근 슬며시 이라크 공격과 관계 없이 이달 중 파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이지스함 파견은 결국 ‘테러와의 전쟁 협력’이란 명분을 살리면서 자위대의 해외 군사활동을 앞으로는 기정사실화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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